국립극단은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할 <태풍>으로 올 연말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태풍>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템페스트』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작품은 동생에게 권좌를 빼앗기고 딸과 함께 망망대해로 쫓겨난 밀라노 공작이 외딴섬에서 12년간 마법을 익혀 동생에게 복수할 기회를 잡는 내용을 담고 있다.
『템페스트』가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손꼽히는 이유로는 노년의 셰익스피어가 복수 대신 용서와 화해를 택한 서사로 작품을 완성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작품은 복수를 통해 모든 욕망을 이룬 끝에 유토피아에 닿을 수 있다고 믿는 인간에게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의 진가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결국 유토피아는 이미 삶 그 자체에 존재한다는 진리를 관객이 스스로 깨닫게 함으로써 오히려 자신부터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국립극단의 2025년 마지막 라인업 작품이기도 한 <태풍>은 셰익스피어 세계의 정수로 일컫는 『템페스트』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이에 지난 5월, 연출가로서 <헤다 가블러>를 통해 관객과 만났던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가 <태풍>의 연출을 맡아 황홀한 마법이 펼쳐질 명동예술극장 무대로 다시 한번 관객을 이끈다. 박정희 연출은 <태풍>을 통해 연출 데뷔 24년 만에 따뜻함과 유머러스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동안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자신만의 미학을 구축해 온 박정희 연출이 셰익스피어가 남긴 최후의 걸작을 연극적인 극장성에 집중해 재해석함으로써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감각을 무대 위에 펼쳐낼 예정이다.
<태풍>은 원작에서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인 대사들을 살리되, 밀라노 공작 ‘프로스페로’와 나폴리의 왕 ‘알론조’를 여성으로 재해석하고 각각 ‘프로스페라’와 ‘알론자’로 캐릭터명을 바꿔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등 시대와 성별의 경계를 넘어 묵직한 통찰력으로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여기에 ‘프로스페라’의 마법으로 인해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무대는 여신동 무대디자이너가 맡아 극 중 배경이 되는 무인도를 독특하게 해석하고, 기술적 효과를 덜어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이를 통해 무대 위 존재하는 배우와 언어 그리고 관객의 상상력만으로 완성되는 연극이 가진 본질적인 힘을 한층 더 강렬하게 전할 것이다.
박정희 연출은 “2025년 국립극단 라인업의 마지막 작품으로 <태풍>을 선보이게 되어 뜻깊게 생각한다. <태풍>은 원작의 재구성과 재해석을 거친 새로운 작품이지만, 노작가의 마지막 통찰이 담긴 메시지는 현재에도 여전히 필요한 힘을 갖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따뜻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 연말, 극장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따뜻한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