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류길재(柳吉在) 장관은 학계로부터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남북관계에서 원칙적 입장을 중시하는 가운데서도 대화의 필요성도 동시에 강조해온 균형감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류 장관을 통일부 수장으로 내정했을 당시, 전문가들은 “차기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안보를 중시하는 등 전체적으로 보수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만, 류 교수의 통일부 장관 내정은 여기에 균형을 맞추려는 목적의 인사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현실적이고 포용적인 대북정책가
실제로 류길재 장관은 그간 통일부를 이끌어오면서 △분단의 평화적 관리 △신뢰 형성단계 △북한 비핵화 및 개혁·개방 등 3단계 방법론을 꾸준히 관철해온 바 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추진할 대북정책은 현실적으로 2단계까지가 적절한 기대치”라며 신중하고 현실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비핵화 단계’ 이상까지 남북관계를 진척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만 결과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기본적인 신뢰의 틀을 만드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공고히 정착시키는데 우선적으로 주력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대국민 통일 교육에도 많은 관심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외부 강연을 많이 하는 장관으로 손에 꼽힌다. 류 장관 본인이 교수 출신으로 강의에 적극 나서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 이후 통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각종 단체로부터 강의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근혜정부의 통일 화두를 주무장관이 적극 나서면서 통일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또 특유의 진솔하면서 소탈한 화법으로 과거 폐쇄적이었던 통일부의 이미지도 제고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류 장관이 최근 대학생 및 중.고등학생 대상 강연을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해 눈길을 끈다. 류 장관은 3일 오후 명지대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반도 통일시대의 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로 비공개 강연을 했다. 지난달 28일 고려대 특강, 30일 수내중과 영덕여고 특강 이후 비공개 행보다. 통일부 김남식 차관도 지난달 28일 강원대 특강을 비공개로 한다고 했다가 지역일간지에 강연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대학 특강은 해당 대학 학생은 물론, 통일과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 누구나 ‘청강’이 가능한 공개 행사로 진행되는 것이 관례다. 다수를 상대로 한 강연에서 비공개라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언론 취재에 대해서만 문을 닫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자숙하는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고 묵묵히 행사를 진행하는 류 장관 모습은 오히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직무에 충실한 행보로 보인다.
“통일은 사람과 사람의 통합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마음의 통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자 합니다. 문화적 접근, 사람의 통합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자 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는 류 장관은, 틀에 박힌 통일 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통일 방안을 검토하며 결과보다 과정에 중시하는 신중하고 개방된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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