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유성구 봉명동에는 유럽풍 갤러리카페 메르헨(gallery & cafe Marchen)이 있다. 개관 이후 공연과 전시를 다채롭게 선보이며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이곳은, 서양화가 양세히의 예술혼이 배인 곳이다. 그간 따뜻한 감성이 담긴 ‘그곳에 가면’ 연작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아온 그녀는 지난해 겨울, 갤러리 메르헨을 개관하면서 예술경영자로서 새롭게 도약했다. 양 관장은 “갤러리 메르헨은 문화소통의 공간이다. 그간 작가활동을 하면서 문화공간이 취약한 대전시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지역의 전시문화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자 언니 양순호 작가와 함께 갤러리 카페 운영을 계획하게 됐다”며 개관 배경을 소개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향긋한 커피향이 가득
갤러리 메르헨은 나른한 오후,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다. 독일어로 ‘신비로운 동화’를 뜻하는 갤러리 이름에 걸맞게 건물 외관부터 강렬한 레드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은 양세히 관장의 예술적 감성이 곳곳에 녹아있다. 입구에 들어서자 카운터와 넓은 홀이 한 눈에 들어왔으며, 고풍스러운 크리스탈 샹제리에의 은은한 조명과 엔틱 가구, 모던함이 돋보이는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매치돼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한, 갤러리 메르헨만의 매력은 중앙에 설치된 가벽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색감이 돋보이는 이 가벽은 평소 카페와 갤러리 공간을 구분 짓는 역할을 하면서 작품의 전시벽이 되기도 하지만, 공연 중에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고안돼,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가치를 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오픈해서 저녁 6~7시 정도면 문을 닫습니다.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갤러리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버리곤 하죠. 이러한 이유로 문화인들이 편안히 쉬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었고, 또 일반인들에게 갤러리 문턱을 낮추고, 부담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을 마련하고 싶은 생각에 갤러리 메르헨을 탄생시키게 됐습니다.”
대전의 핫 플레이스 도안신도시에 위치한 갤러리 메르헨은, 서울의 인사동과 같이 문화예술의 거리를 만들겠다는 양 관장의 포부가 담겨있다. 현재 많은 작가들이 지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정작 전시 때에는 공간도 협소하고, 관람객들도 많이 모이지 않아 대부분 서울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점에 안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갤러리 메르헨을 통해 전시공연 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현재 갤러리 메르헨은 초대전 형식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개관 초대전에는 대전 지역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전업 작가와 교수 등 24명을 구성해서 단체전을 열었으며, 이후 중부대 허강 교수를 비롯해 가국현, 김병진, 정철 작가의 초대전에 이어 대전·충청지역 출신의 10명의 조각가를 선정해 3월 ‘조각가 봄소풍展’을 열였다. 또한 양순호 작가의 꽃향기로 4월을 장식한 후, 5월에는 가국현, 김병진, 양순호, 이진수, 정철 작가의 ‘메르헨 소품전’을 연 바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6월 4일까지 홍성표 작가의 도자기로 그린 한국화 전시가 열렸고, 현재 대전불교미술가회장인 이민구 작가의 전시가 한창이다. 양세히 관장은 “연말까지 다양한 초대전이 예정돼 있으며, 내년부터는 변화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갤러리 메르헨의 작은 음악회
갤러리 메르헨은 매달 공연 이벤트도 열고 있어 화제다. 지난 4월에는 양순호 작가의 작품을 배경으로 ‘현악4중주 작은음악회’를 열었다. 당시 첼로 황일희, 바이올린 이혜원, 바이올린 이윤희, 그리고 양세희 관장의 동생인 비올리스트 양혜순의 작은 음악회가 열려 아름다운 선율로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당시 파티 콘셉으로 자리를 마련한 양 관장은 80여명의 관객들이 모인 자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5월의 마지막 날에는 ‘한밤의 소리와 대금연주’라는 테마로 한국국악협회 대전시지회 시조분과위원장인 소리 한채연 선생과 세종시 국악단원으로 대금 손창욱 선생의 연주회가 열려 국악의 밤, 많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 바 있다.
“소통의 문화공간을 지향하기에, 손님들이 오시면 제가 직접 안내하고, 이야기를 건네며 작품 감상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워낙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제 성향에 잘 맞는 것 같아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한 번 메르헨을 오신 분들은 또 찾아주시고, 다른 분들에게 추천을 해주시는 등 입소문으로 홍보가 되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웃음)”
양세히 관장은 초대전에 이어 내년부터는 개인전 외에도 기획전, 그룹전을 계획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그림설명회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그림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하며, 역량 있는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가정마다 한 점 이상의 작품이 걸리는 문화가 정착되도록 갤러리를 판매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더불어 “기반이 약한 대전시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확대해 주길 바란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각박한 일상에 지쳐 ‘힐링’이 필요하다면, 고품격 문화공간 갤러리 메르헨을 찾아보자. 은은한 커피 향 속 따뜻한 감성의 작품들이 메마른 가슴을 치유해 줄 것이다.(문의 042-825-7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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