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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밀을 말해주세요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김중혁 作 | 2014년 06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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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보나 원천이 없는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자극해온 소설가 김중혁이 세 번째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을 선보였다. 등단 15년의 구력과 김유정 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효석문학상 등의 수상 경력, 그리고 인기 팟캐스트에서 들려주는 재치 있는 입담 등 다양한 재능에서 비롯된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는 많지만 김중혁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김중혁 스스로가 그러한 화려한 수식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다만 즐기는 사람으로서 즐겁게 소설을 쓰며 우리에게 즐거운 소설을 가져다준다. 이번 소설은 ‘딜리터(deleter)’ 혹은 ‘딜리팅(deleting)’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비밀을 탐정에게 의뢰해 세상에서 지워지게 하는 역시나 독특하고 재밌는 소재이다. 깊게 땅을 판 다음 음식물 쓰레기와 동물의 시체와 곰팡이와 사람의 땀과 녹슨 기계를 한데 묻고 50년 동안 숙성시키면 날 법한 냄새가 나는 비밀이 가득한 악어빌딩 4층에 자리한 구동치 탐정 사무실의 한적한 오후. 1920년대에 녹음된 이탈리아 테너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당신은 그토록 무미건조한 월요일에 나를 찾아왔군요. 이 세상의 덧없음을 아는 사람이여,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넙니다. 우리의 사랑만이 덧없는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월요일처럼 길고 길어요(p. 11).” 이 사무실에 손님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의 발자취를, 흔적을 지워주는 탐정 구동치와 계약한 사람은 죽은 뒤에 기억되고 싶은 부분만 남기고 떠날 수 있다. 힘 있는 재력가와 그의 추악한 비밀을 차지한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 그리고 그들로부터 비밀을 지워달라는 딜리팅 요청을 받은 구동치 탐정의 수사가 맞물려 있다. “살아 있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삶을 붙잡으려는 손짓이라면, 죽고 난 후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는 마음은, 어쩌면 삶을 더 세게 거머쥐려는 추한 욕망일 수도 있었다(p. 328).” 인간 누구나의 마음속에 숨겨진 이기적인 욕망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재미가 더해진 이 이야기는 작가 김중혁에게 또 한 번의 새로운 수식어를 선사할 것이며,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독서 경험을 안겨줄 것이다. 그런데 소설에서 소재와 주제란 어떤 것일까. 소재는 소품이고 주제는 의식인가. 김중혁은 소재가 곧 주제임을 증명하는 소설가이다. 사진작가, 측량원, 타이피스트, 공연 기획자…… 무엇이어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 꼭 그것이어만 하는 “실물”을 다루는 작가의 이 구체적 상상은 보통의 사람이 아닌 특별한 개인 한 사람에 대한 통찰이고 깊은 관심이며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중혁의 이러한 상상은 우리 일상과 밀착되어 있고 어떤 낯선 직업과 외모와 배경을 가졌다고 해도 허황되거나 장난스럽지가 않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 구동치 역시 냉정하고 냉철하지만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 살고 있는 듯한 친근한 인물로 다가오는 것도 그 이유이다. 
이러한 밀착은 탐정의 삶을 마치 어느 소설가(혹은 작가 김중혁)의 삶과 닮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데 이것은 다만 이 소설에 실제로 자신의 습작을 없애기 위해 딜리팅을 요청하는 소설가와 현실 세계에서 이루지 못하는 것을 소설 속에서 이뤄내는 형사가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구동치는 이 세상은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내가 모르는 세계로 나뉘어 있어서 누군가가 없어지기 바라는 물건을 옮겨 놓는 것만으로 딜리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비밀은 구동치 자신만이 알고 함께하며 공유한다. 농담인 듯 부려놓는 재미있는 소재가 언제나 공감과 위로의 순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김중혁의 소설은 보아 넘기기보다는 하나의 경험을 나누는 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소재는 김중혁만이 상상할 수 있고, 김중혁보다 더 잘 쓸 수는 없는 이야기이다.  

김중혁 1971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났다. 2000년 『문학과사회』 가을호에 중편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으로 『펭귄뉴스』 『악기들의 도서관』 『1F/B1』과 장편소설 『좀비들』 『미스터 모노레일』, 산문집 『뭐라도 되겠지』 『대책 없이 해피엔딩』(공저) 『모든 게 노래』 등을 펴냈다.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효석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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