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멋이 살아있고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간직한 전남 담양군은 대나무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토양과 기후가 대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대나무가 서식하고 있고, 담양의 대나무는 크기가 클 뿐만 아니라 결이 곧고 단단하다. 특히 대나무는 예로부터 선비들의 올곧은 기개와 절의를 상징해 왔으며 시·서·화 삼절(三絶)의 중요한 예술적 소재가 되어왔다. 때문에 선비들은 언제나 대나무를 가까이에 두고 그의 정신을 닮고자 했다. 또한 대나무는 죽세공예품으로 우리생활에서 뗄 수 없는 생활필수품으로 활용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일상생활에서 지친 심신의 찌꺼기들을 털어버리고 재충전을 하기 위한 죽림욕(竹林浴)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대나무는 1ha당 이산화탄소 1톤을 흡수하고, 0.37톤의 산소를 발생시키는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다. 여기에다 음이온과 피톤치드 발생량이 다른 나무에 비해 월등히 높고, 사시사철 푸르름으로 인해 뇌파(α파)를 발생시켜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신체와 정신적 이완 등 심신을 안정시키고 뇌기능을 활발하게 해 준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한적하게 죽림욕을 즐기며 사색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남 담양군의 죽녹원이다.
2003년 5월에 조성하여 약 31만㎡의 울창한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총 2.4㎞의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로 길로 구성되어 있다. 죽녹원 입구에서 돌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밟고 오르면서 굳어 있던 몸을 풀고 나면 대나무 사이로 대바람이 일상에 지쳐 있는 심신에 청량감을 불어 넣어 준다. 댓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노라면 어느 순간 빽빽이 들어서 있는 대나무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푸른 댓잎을 통과해 쏟아지는 햇살의 기운을 몸으로 받아내는 기분 또한 신선하다. 죽녹원 안에는 대나무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먹고 자란다는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하고 있으며 또한 밤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몸과 마음에 청량감을 전해주다
여기저기 정겹게 놓여 있는 돌계단을 하나, 둘 밟고 오르면 맨 먼저 나를 반기는 것은 옆자리 판다를 기다리는 판다이다. 판다와 다정하게 사진 한 장 찍고 죽녹원 곳곳을 돌아보자. 매표소를 지나 야트막한 길을 오르면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탁 트인 광장이 펼쳐진다. 옛 선조들이 즐겨했던 투호놀이, 좁다란 대나무 구멍에 동전이 들어가면 1년 내내 운이 좋다는 운수 대통을 지나 전망대에 올라가 유유히 흐르는 관방천을 따라 200년도 훨씬 전에 심어진 고목들을 내려다본 후 발길을 대숲으로 돌리면 높은 키의 대나무들이 반갑게 웃으며 나를 환영한다. 쉬엄쉬엄 느린 걸음으로 대숲에 들어서면 바람을 타고 서로 몸을 부비며 내는 소쇄한 댓잎소리는 현대생활에 지친 심신에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상쾌하다.
감미로운 죽로차
죽녹원에는 신라시대 연기조사가 중국에서 차(茶)씨를 들여와 처음으로 구례 화엄사 부근 대나무밭에 심고 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죽로차(竹露茶)가 자생하고 있다. 죽로차는 대나무가 낮에 수분을 흡수하였다가 밤이면 잎 끝에 이슬을 만들어 떨어지는 대나무 이슬을 먹고 자란 녹차로 감미로운 맛과 은은한 향이 입안에서 떠날 줄 모른다하여 차 중의 차로서 녹차 가운데 최고급 명품차로 친다. 호젓한 대나무 오솔길을 거닐다 목이 마르면 잠시 죽로차 한 잔으로 목을 적시고, 차향에 취해 호젓하게 죽림욕을 즐기며 잠시 하늘을 향해 찌를 듯이 솟아 오른 대나무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곳. 세속에 찌든 오욕과 스트레스를 모두 푸른 대숲에 날려 보내 답답한 가슴이 시원하게 열리며,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닌 곳이 죽녹원만의 매력이다.
담양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곳
죽녹원에서 이어지는 죽향문화체험마을은 사람 사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가사문학의 산실 담양의 정자 문화를 대표하는 면앙정, 송강정 등 정자와 소리 전수관인 우송당, 죽로차 제다실, 한옥 체험장 등이 있으며 담양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문화역사 공간이다. 또한, 명창 박동실의 판소리 무대였던‘우송당’에서는 판소리 체험을, ‘죽로 말차 연구소’에서는 대나무 이슬만 먹고 자란 죽로차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한옥으로 구성된 한옥 체험장은 연중 민박이 가능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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