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심리학자이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심리학부 교수인 살마 로벨은 이 책 『센세이션』(원제 : Sensation)에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감각’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놀라운 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암시와 신호가 사람들을 잠도 못 이룰 정도로 근심에 빠지게 하고 시험에 떨어지게 하며 심지어 사랑에 빠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감각을 통해 이제껏 우리가 닿을 수 없다고 여겼던 영역들에까지 손을 뻗을 수 있다. 의도한 대로 되지 않아 골치 아팠던 일, 아무리 노력해도 얻기 힘들었던 누군가의 마음, 왠지 모르게 울적했던 심리 상태까지, 감각의 힘을 활용하면 도저히 우리 안에 내재된 힘만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던 일들을 아주 손쉽게 해내게 될지도 모른다. 예컨대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감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다
저자 살마 로벨은 감각의 강력하고 비밀스러운 힘을 자신이 생활 속에서 직접 겪은 일들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학자들의 공신력 있는 연구들을 통해 쉽고 재치 있게 소개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일화들을 살펴보자. 여러 해 전 살마 로벨 박사와 그의 남편은 텔아비브에서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팔기로 결정하고 여러 예비 구매자들을 만났다. 그들 중에는 아파트에 유독 관심을 많이 보이던 한 부부가 있었는데 그 부부는 너무 낮은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에 로벨 부부는 선뜻 그들에게 아파트를 팔기로 결정할 수 없었다. 긴긴 협상이 이어지고 이제 담판을 짓겠다고 결심한 자리에서 로벨 부부와 예비 구매자 부부는 함께 따뜻한 홍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절대로 구매자들이 원하는 금액에 아파트를 내어주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로벨 박사가 결국에는 그들에게 아주 유리한 조건, 즉 아주 낮은 금액에 아파트 계약을 해버리고 만다. 구매자들을 만나기 전 단단히 결심을 굳혔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낮은 금액에 합의를 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살마 로벨은 이 협상의 숨은 방해꾼으로 따뜻한 홍차를 지목한다. 따뜻한 홍차가 담긴 잔을 통해 신체에 따스한 기운이 스며들어 상대에 대한 훈훈한 마음이 촉진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간단한 실험으로도 명백하게 증명되었다. 실험참가자들에게 따뜻한 또는 차가운 음료를 들게 한 후 어떤 사람에 대해 평가해보라고 하자. 따뜻한 음료를 들었던 사람은 제시된 사람이 관대하고 배려가 있으며 온화하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고 차가운 음료를 들었던 사람은 그에 대해 과민하고 비사교적이며 이기적이라는 식의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현상은 첫 데이트를 할 때, 비즈니스 미팅을 할 때처럼 중요한 순간에 우리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활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따뜻한 음료를 준비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보다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체화된 인지 이론
이 책은 온도, 색깔 외에도 딱딱하거나 푹신한 감촉, 가볍거나 무거운 무게, 밝거나 어두운 정도, 가깝거나 먼 거리, 높거나 낮은 수직 위치, 깨끗하거나 더러운 정도, 달콤하거나 시큼한 냄새, 은유적이거나 구체적인 일 등등 우리가 느끼는 거의 모든 감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 이론을 통해 설명된다. 체화된 인지 이론은 최신 심리학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분야다. 이 이론은 인간의 정신과 마음이 물질세계와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감각이 인간의 무의식적 생각과 의식적 생각의 양쪽 과정을 잇는 다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저자 살마 로벨은 이 책에서 육체와 정신 사이의 연관성은 분명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에 자리 잡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 과학적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인간 내부의 본능이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체화된 인지에 관한 가장 최신의 연구 결과를 담은 이 책은, 당신의 심리학적 호기심을 만족스럽게 충족시켜줄 것이다.『센세이션』은 연구실에서 엄격하게 진행된 실험을 통해 여러 차례 사실로 입증되었으며 엄정한 심사와 평가를 받은 후에야 수록 가능한 최고 권위의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된 바 있는 연구 결과들만을 담았다. 또 저자는 자신의 이스라엘 군복무 시절 이야기를 비롯하여, 가족, 친구들과의 에피소드를 적절히 활용하여 보다 쉽고 흥미롭게 체화된 인지 이론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감각의 화려한 향연을 모두 접하고 나면 아주 쿨하고 이성적 존재라고 여겼던 우리 자신이 사실은 물리적 자극으로부터 결코 독립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깨닫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 그러한 외부 환경을 똑똑하게 활용하게 되어 좀 더 통제 가능하고 좀 더 ‘감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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