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독일인 작가 겸 연출가 박본의 신작 <사랑Ⅱ LIEBEⅡ>를 6월 23일부터 7월 18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선보인다. 옛 서독의 수도 기능을 한 ‘본’에서 이름을 따온 한국계 독일 예술가 박본은 어두운 소재를 그만의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2017년 만 30세의 나이에 <으르렁대는 은하수>로 베를린연극제 희곡상을 거머쥐어 화제가 되었다. <사랑Ⅱ LIEBEⅡ>는 독일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박본과 국립극단의 첫 작업이다. ‘한국에 뿌리를 둔 젊은 독일 예술가’ 박본의 시선을 통해 내부자의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대한민국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고 재해석하는 장을 마련한다.
K팝, K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사랑’에서 출발한 이번 작품은, 사랑의 후속편이라는 의미로 <사랑Ⅱ LIEBEⅡ>가 됐다. 박본이 나고 자란 독일에 대해 작업한 <도이칠란트>, 철저한 이방인의 시선으로 세르비아에 대해 작업한 <유고유고슬라비아>에 이은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부모님의 나라’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해 박본은 완벽하고 화려한 외연을 먼저 떠올렸다. 인간의 가장 보편적 감정인 ‘사랑’을 완벽하게 구현해서 공감을 이끌어내는 산업, 그 이면에 사적인 삶까지 희생해가며 이루고자 하는 산업 종사자들의 ‘완벽’에 대한 열망을 그린다.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로 보이기도 하는 K열풍의 이면을 박본은 자신만의 깊고도 날카로운 통찰력과 재기발랄한 연극 언어로 풀어낸다.
K팝 아이돌을 소재로 K드라마처럼 변화무쌍한 전개를 보여주는 이번 작품은,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실패해서 자살한 3명의 인물로부터 시작한다. 죽으면 끝인 줄 알았지만, ‘지구의 핵’에서 삶이 연장되고 있다. 청룡, 주작, 현무 3명은 이곳에서도 아이돌에 도전하고 있는데, 완벽한 한 명의 멤버를 위해 9999년 동안 밭에서 4번째 멤버 ‘이무기’를 키웠다. 1년만 더 키워 1만 년을 채우면, 이무기는 완벽한 아이돌이 된다. 아이돌그룹 ‘슈퍼 한(恨)’은 자신들이 자살한 이야기를 ‘배터리 1%’라는 노래에 담아 무대를 선보인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물러터지고 열심히 하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이들은 결점 없는 완벽한 사랑의 감정, ‘사랑 Ⅱ’를 추구한다.
강현우, 김예림, 박소연, 이유진 등 4명의 국립극단 시즌 단원이 혼성 아이돌 그룹으로 변신한다. 올 초 코로나19로 국가 간 왕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독일에 거주하는 박본 작·연출가와 화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한 결과다. 실제 K팝 무대를 보는 듯 안무와 노래가 등장하는 공연을 즐기는 사이, 잊고 있던 한국 사회의 이면이 어느새 관객 곁에 다가와 자리 잡는다. 배우들은 실제 아이돌처럼 핀마이크를 착용한 채 공연한다.
박본은 “부모님의 나라에서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다. 친지를 만나러 1년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해 왔지만, 국적이 독일이고 한국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항상 있었다. 완전한 이방인도, 완전한 내부인도 아닌 나의 시선을 장점으로 활용하여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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