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사진이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견인해 온 주요한 매체였음을 주목한다. 사진은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등 시각예술 전반을 넘나들며 새로운 예술세계를 여는 창의적 도구로 작용해 왔고, 기록을 넘어 새로운 예술적 사유와 실험을 가능하게 한 매체로 자리매김해 왔다. 본 전시는 이러한 사진의 위상과 확장성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사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1·2·3·4 전시실 전관을 모두 사용하는 전시로,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적 전개를 공간의 흐름 속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1전시실에서는 앵포르멜의 열기가 서서히 가라앉고 새로운 조형 언어가 모색되던 1960년대 초, 이승택, 김구림, 김차섭, 곽덕준, 이규철 등 다섯 작가의 실험적 시도를 통해 사진이 단순한 기록 매체의 기능을 넘어 개념·행위·유희·조형 실험을 아우르는 전위적 표현 언어로 확장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2전시실은 1970년대 실험미술에서 사진이 수행한 역할에 집중한다. 〈S.T.〉의 김용철, 성능경, 이건용, 장화진, 최병소를 비롯해, <대구현대미술제>의 박현기, 이강소, 그리고 송번수, 한운성이 전개한 사진 기반 판화 매체 실험 등을 통해 사진이 사유·구조·행위·매체를 넘나드는 실천으로 전개되던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
3전시실은 1980년대 이후 전개된 사진 중심의 매체 실험을 탐구한다. 이교준, 문범, 이인현, 김춘수, 서용선, 안규철 등은 사진과, 당시 새롭게 도입되던 슬라이드 영사 작업을 활용해 지각과 경험, 관계의 문제를 탐구하며 회화 중심의 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조형 감각을 구축해 나갔다.
4전시실은 1980년대 ‘현실과 발언’을 중심으로 전개된 사회비판적 미술 속에서, 사진 이미지가 현실을 해석하는 강력한 언어로 작동한 지점을 보여준다. 김건희, 김용태, 김인순, 김정헌, 민정기, 박불똥, 손장섭, 신학철, 안창홍, 여운, 정동석, 그리고 김용익, 안상수에 이르기까지, 사진 이미지의 인용과 재배열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역사와 감각을 재구성한 작업들이 소개된다.
5월 29일 개관 이후 <광채 光彩: 시작의 순간들>과 <스토리지 스토리>를 통해 10여 년의 개관 준비기간 동안 축적해 온 수집·연구·건립의 성과를 공유하여 큰 호응을 얻었던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사진이 현대미술에서 수행해 온 역할과 영향력을 집중 조명한다. 이를 통해 사진과 동시대 미술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현대미술에서 사진의 위상을 확인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예술의 한 장르로서 사진을 조망하고 현대미술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사진의 예술적 가치를 다채로운 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조명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는 사진을 예술적 사유와 실험을 가능하게 한 핵심 매체로 바라보는 대규모 기획전”이라며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작가들이 사진을 통해 구축한 새로운 시각 언어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앞으로 이어갈 연구와 전시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