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은 불가능의 순간을 가능으로 만든 이름이다. 패배와 좌절, 압도적 위기 앞에서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고뇌,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결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지점을 응시하며 말한다. “위기의 순간을 견디고 일어선 우리가 곧 이순신이다.”라고.
전시는 이순신의 승리, 시련, 성찰, 사후의 기억까지 연속적 서사로 엮어 총 4부로 구성하였다. 제1부 <철저한 대비, 그리고 승리>에서는 임진왜란 이전 이순신의 철저한 대비를 조명하고, 한산도대첩으로 이어지는 조선 수군의 전술 체계를 소개한다. 또한 한산도로 진을 옮기고 삼도수군통제사로서 진을 경영했던 지휘관 이순신의 모습을 살펴본다.
제2부 <시련과 좌절의 바다를 넘어>에서는 백의종군, 칠천량 패배를 거쳐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이 12척이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막아 싸운다면 오히려 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충무공행록」)라고 언급하며 출전했던 명량대첩의 기적, 그리고 노량해전으로 이어지는 절망과 재기의 서사를 다룬다. 노량해역 출수 유물, 일본과 스웨덴에서 건너온 유물 등을 통해 이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제3부 <바다의 끝에서 나를 돌아본다>에서는 노량해전에서 생을 마감한 이순신의 시선으로 그의 삶을 돌아본다. 출생부터 임진왜란 이전까지의 삶을 반추하며 전쟁 영웅 이전에 한 인간의 내면을 엿본다. 이순신은 어머니를 하늘과 같이 생각하며 어머니를 말할 때는 ‘天只(천지)’라는 표현을 썼다.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한 살을 더했다. 이는 전쟁 중이라도 행복한 일이구나”(『난중일기』 1594년 1월 1일)라고 언급하고 있다. 항상 어머니의 안부를 걱정했고, 부인과 아들들에 대한 염려가 『난중일기』 곳곳에 드러나 있다.
제4부 <시대가 부른 이름>에서는 이순신 사후 조선, 근대, 현대에 걸쳐 이순신이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시대가 필요로 한 이순신의 모습을 추적한다. 선조가 명나라 장수 진린에게 이순신에 대해 물었을 때 “이순신은 경천위지(經天緯地)의 능력과 보천욕일(補天浴日)의 공훈이 있는 분”이라고 했다(「(정조)어제이순신신도비」). 즉,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능력과 찢어진 하늘을 꿰매고, 흐린 태양을 목욕시킨 공로가 있는 분”이라는 뜻이다.
이번 전시는 총 258건 369점의 전시품을 선보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이순신 전시이다. 무엇보다도 국보 6건 15점은 이순신의 사유와 결의, 전장의 생생한 기록을 그대로 전해준다. 여기에 천자총통, 지자총통 등 보물 39건 43점, 이충무공 유적보존 『성금대장』 등 국가등록문화유산 6건 9점이 더해져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류를 포함하여 이순신 관련 기록물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임진왜란의 침략국 일본의 다이묘(大名)가 보관해온 유물도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다치바나 무네시게 가문의 투구와 창, 금박장식투구, 그리고 나베시마 나오시게 가문이 소장해온 금채 <울산왜성전투도> 병풍,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초상화와 목상 등이 공개된다. 이는 임진왜란이라는 동일한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귀중한 자료다.
『난중일기』를 비롯한 이순신 종가 유물 20건 34점의 진본이 이렇게 한꺼번에 서울에서 선보이는 일은 처음이다. 개인을 포함한 45개 처의 협조로 이루어지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시대와 국가의 자료를 한 자리에 모아 전쟁의 기록, 인간 이순신의 이야기, 그리고 시대가 만든 상징을 동시에 조망한다. 김성우 기자